204페이지 내용 : 백제는 고구려나 신라보다 먼저 왕성하게 중국으로부터 선진적인 유학 사상 을 받아들여 주체적으로 응용하는 면모를 보였다. 4세기 이미 박사 제도를 시행한 백제는 유학 사상을 주체적으로 수용하 고 응용하는 면모를 보이며 부족 연맹체에서 벗어나 중앙집권적인 국가 체계 를 수립하기 시작하였다. 유교 교육기관인 태학太學의 설치를 통해 유학적 지 식인을 배출하며 공적인 문서 기록의 관장, 역사서의 편찬, 국왕에 대한 정책 자문 등을 진행했던 백제는 6세기 초에 오경박사五經博士 제도를 공식화하는 한편, 경학經學에 대한 이해를 전문화하는 등 한층 발전된 유학 사상을 전개 하였다.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신라 이외에 왜국倭國에 선진문물과 사상을 제 공하는 등 국제적인 교류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. 이후에도 백제는 예학禮學에 관심을 기울여 유교적인 의례의 시행을 추 진하였으며, 이를 근거로 관제, 행정제도 등의 정비를 꾀하는 등 중앙집권체 제의 확립을 주도해 나갔다. 그리고 오경박사 제도를 전문적인 기술 분야로 확대하여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분야의 전문화를 꾀하는 등 유학의 주체적 응용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. 이 밖에 『춘추좌전』 등 경전에 근거하여 충절忠 節을 강조하는 면모를 보여 주었으며,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의리 정신도 전라 도를 비롯한 백제 지역에 뿌리내렸다. 4세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백제의 유학에서 주목되는 사실 중 하나는 근초고왕 때 왜국에 건너가 『논어』와 『천자문』을 전하고 왜국의 군신 群臣에게 유학을 가르친 왕인王仁이었다. 당시 왜국의 태자가 “왕인에게서 여 러 전적을 학습하여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다.”라는 『일본서기日本書紀』의 기 록을 통해 왕인의 가르침은 경전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을 뛰어넘어 유학에 서 추구하는 왕도王道를 기반으로 한 통치술이었다. 그리고 이러한 그의 가르 침은 문화적으로 미개함을 벗어나지 못한 왜국에 새로운 사상적 기운을 불 어넣은 것이었다. 왕인 이후 왜국에는 백제로부터 오경박사 이외에 다양한 인사와 문물의 전수가 이어졌다. 그리고 백제의 사상과 문화는 일본의 고대문화 발달의 밑 거름이 되었다. 이렇듯 전라도를 중심으로 한 백제의 유학 사상은 주체적인 202 총설· 전라도의 위상과역할
205페이지 내용 : 수용과 응용을 넘어 국제적인 교류와 연대를 통해 왜국의 발전을 도모하는 밑거름이 되었다. 백제의 멸망 후 통일신라에 편입된 전라도 지역은 당나라로 유학을 다 녀온 지식인들의 근거지로 자리 잡았다. 그리고 이들은 당시 통일신라의 교종 중심의 체제에 불만을 가진 선승들과 연대하여 새로운 기풍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였다. 통일신라 시대의 대표적인 유학적 지식인인 최치원 崔致遠, 857? 은 그의 탄생 설화가 군산 지역에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전라도와 인연이 깊었다. 당 나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최치원은 진골 중심의 독점적인 신분체제의 문 제점과 국정의 문란함에 염증을 느껴 890년에 현재의 전북 태인에 해당하는 대산군大山郡의 태수를 역임하는 등 전라도의 유학에 영향을 끼쳤다. 최치원 이외에 도당 유학생 출신인 김입지金立之, 김영金穎 등도 전라도 지역의 태수 를 맡아 지역의 유학적 기풍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하였으며, 말세로 지칭될 정도로 어지러웠던 신라 하대에 지역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였다. 신라 하대에 이르러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꾀하며 전주와 무주 지역에 서 성장한 후백제의 견훤 甄萱, 867935 휘하에는 도당 유학생 출신의 지식인 들이 운집하였다. 그리고 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여 사상적 변화를 모 색하였다. 견훤 휘하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유학적 지식인은 최치원, 최언위崔 彦撝와 함께 ‘1대 3최’로 불린 최승우崔承祐이었다. 당나라 유학 후 귀국한 그 는 927년에 견훤이 왕건에게 보낸 서신인 「대견훤기고려왕서代甄萱寄高麗王書」 등을 작성하는 등 외교와 문한文翰의 역할을 담당하였고, 존왕적 정치 이념 을 추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. 특히 주목되는 것은 최승우를 비롯하여 민 극閔郤, 최견崔堅, 김악金岳 등 견훤 휘하의 유학적 지식인들은 당시 신라 불교 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던 관혜觀惠, 경보慶甫 승려들과 교유하며 새로 운 시대를 열기 위한 사상적 모색을 함께 하였다는 점이다. 나. 뚜렷한 유학적 기풍과 인물을 배출한 고려 시대 육두품 출신의 최치원을 비롯한 도당 유학생들의 활동이 돋보이는 신 203 제3편· 전라도 정신과문화